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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jun 대화하다

우리 마왕 신해철... 가는 길 함께 해주세요


 음반 달라고 했더니 이런 걸 내 손에 쥐어주냐.. 


거기다 하필 꽃중년 사진으로 가장 이뻤던 재즈 사진이 뭐냐.. 왜 이리 마지막까지 팬들을 괴롭혀..... 센스쟁이...


어제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당일 조문은 미루며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지 않을까란 희망이랄까... 다른 세계 일처럼 느끼고 싶었나봅니다. 조문을 위해 길을 나서자 그 발걸음이 왜 이리 무거운지, 진짜 현실로 다가옴이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신해철을 사랑한 팬들과 함께 갔기에 끝까지 마왕을 보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수 많은 화환들과 팬들이 찾아주고 눈물 흘렸습니다. 그러나 줄은 왜 이리 짧은지 마왕을 보고 기도하는 시간은 왜 이리 빠른지... 십수년간 그의 팬으로 살아온 시간은 길다고 생각했는데 그를 보내는 순간은 너무 짧기만 했네요.


 조문을 끝내고도 어느 누구도 그 자리에서 쉽게 떠나지 못했지만 다른 분들에게 폐가 될까 떠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침울해할까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며 마왕과의 추억을 이야기해 짧은 시간이나마 마치 마왕 콘서트를 보고 돌아오는 길 처럼 따듯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 9시에 화장터로 떠납니다. 역시나 유족측에서 새벽 5시까지 조문을 허가하고 거기에 운구차 배웅과 서울추모공원까지 팬들도 함께 할 수 있게 허락해주셨습니다. 화장절차는 가족분들만 참석할 수 있지만 팬들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러니 만약 마왕을 사랑하셨고 후회가 남는 게 있다면 마지막으로 마왕을 보러 가십시오. 최근 콘서트에 오지 않았던 음반을 사지 않았던 그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마왕은 개념치 않고 누구도 막지 않을 겁니다.


 많은 팬이 모여 그를 배웅해준다면 오히려 좋은 곳에서 내 팬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내가 이정도 뮤지션이었다고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